1. 영화에 대한 인상
멜로 판타지 계열의 영화. 2015년 개봉이후 잔잔한 입소문을 타고 매니아 층을 확보했다. 이후 21년에 재개봉하여 팬들의 큰 애정을 받았다. 영화 토탈리콜이나 더배트맨에서 펭귄역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콜린파렐이 출연했다. 네이버 영화 사이트에 따르면 20-30대 여성의 관람이 66%로 상당히 높다. 지금은 주제가 익숙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지만 2015년 개봉때만해도 '기묘한 상상'이라는 표현으로 홍보했다. 나는 영화 이름만 듣고 보러간 터라 요리 또는 바다생태계 다큐라고 짐작했다가 크게 놀라며 본 영화이다.
2. 줄거리
영화 설정은 단순하다. '사랑하지 않는 자 또는 못한 자 모두 유죄'라는 콘셉트로 유예기간 45일 안에 애인을 찾지 못하면 동물이 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서로에게 완벽한 짝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홀로 남겨진 이들은 커플메이킹 호텔에 머무르며 교육을 받고, 상대를 소개 받는다. 그럼에도 짝을 얻지 못하면 동물로 변해 영원히 숲속에 버려진다. 주인공은 노력했지만 결국 스스로 참지 못하고 숲으로 도망친다. 숲에는 그 외에도 솔로들이 모여살고 있다. 그곳의 룰은 호텔과는 반대로 절대 사랑에 빠지지 말것. 삶이란 역시 뜻대로 되지 않는다. 주인공은 숲에 가서야 비로소 자신의 완벽한 짝을 만나게 된다. 영화에서는 계속 강조한다. '사랑하고 싶다면 같아져라!'라고 반복해서 말한다. 그리곤 커플만이 온전한 삶을 누릴 권리를 갖는다. 커플이 아닌 자는 해괴한 규율을 따라야 한다. 매일 의무적으로 성적 자극을 받지만 스스로 욕구를 풀어서는 안 된다. 만약 욕구를 풀다가 발각되면 끔찍한 형벌에 처한다. 지극히 이분법 적인 방식이 통하는 사회를 감독을 세심하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 그러나 끝에 가서는 왜 이 것이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는지 슬며시 공개한다. 영화는 오프닝과 결말을 설명하지 않지만 관객이 직접 상상하고 그려낼 수 있게 돕는다.
3. 기억에 남는 연출
이 영화에서는 기억에 남는 대사 보다는 연출을 기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영화 속 연기자들은 의도적으로 감정을 뺀 얼굴을 하고 있다. 이는 마치 흰 도화지를 관객에게 건네는 것이다. 연기자를 통해 감정을 전달받지 않고 관객이 주체적으로 감정을 대입하고 해석하도록 유도한다. 규칙과 규약이 가득한 호텔에서의 생활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대부분 인물이 화면의 중심에 있거나 프레임의 위치로 '닫힌느낌'을 표현했다. 엄격하고 계산된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주는 것이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랑을 설명하는 단어는 '동질성'같다. 다리를 저는 남자는 코피 흘리는 여자와 커플이 되기 위해 수영장에서 함께 수영하다 일부러 코피 흘리는 모습을 꾸며냈다. 주인공이 숲에와서 사랑을 찾게된걸 아는 숲의 리더는 그와 그녀 사이의 공통점(=동질성)을 신체적 상해로 없애버렸다. 숲에서 도망친 커플은 한 식당에 앉아 간단하고 의미심장한 대화를 나눈다. 그는 그녀와 같은, 공통점을 다시 찾기 위해 스스로 상해를 가하려 하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하고 떠났다. 공통점이 사라지고 사랑도 사라진 것이다. 이때 나오는 음악, 그녀의 기다림, 그 기다림 속에 오감을 열고 현재를 살피는 모습 등의 연출은 정말 슬프고 쓰다. 극단적인 전개가 불편하기도 하지만 조각마다 우리 세상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따져 묻기도 한다. 공백을 남겨 생각할 시간과 여지를 계속 남기며 묻는다. '너의 세상은 어떠한가?' 라고. 감독의 섬세한 스토리텔링을 따라가며 곱씹어보면 곱씹을수록 재밌는 영화가 된다.
4. 총평
풍자하는 희극을 블랙 코미디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블랙 로맨스라는 표현이 맞겠다. 커플이 되는 과정에서 진실된 사랑을 찾는 것인지, 생존을 위해 사랑을 선택하는 것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강제할 수록 뜻한바대로 되지 않는 다는 사실은 더욱 명확해졌다. 사실 영화 도입에 결론이 나왔었다. 짝을 못 찾게되면 어떤 동물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랍스터라고 답하는 주인공. 그 이유를 들어보니 랍스터는 100년을 넘게 살고, 평생 번식을 한다고 답한다. 그의 생존 욕구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에게 사랑은 생존수단 그 이상이 될 수 없었다. 짝이 있어야 '정상'으로 규정하는 세상, 싱글의 삶을 이해하지 않고 온전하지 못한, 부족하게 여기는 배경을 보면 또 지금 현실과 상당히 유사한 점을 발견하기 쉽다. 현대사회의 부조리를 꼬집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