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소개
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영화화하여 성공한 케이스이다. 고단한 도시의 삶이 지친 주인공이 고향에 내려와 잠시 숨 고르기 하면서 지난날의 내 모습을 돌아보고 스스로 일어서는 힐링 드라마이다. 이 영화를 소개할 때 귀농과 퇴사를 권장하는 영화라고 말하곤 하는데 실제로 주변에 대부분의 또래가 이 영화를 기점으로 제주도 한 달 살기를 결심하거나 지역에 있는 일자리에 지원서를 내기도 했다. 벌써 4년 정도 지난 지금 그들은 모두 도시로 컴백지만! 영화는 우생순이라는 줄임말 열풍을 만들었던 '우리 생에 최고의 순간'의 감독 임순례 작품이다. 지난 연출작이 공통적으로 사람 존재 자체를 주목하며 공감자 역할을 유도했다면, 이 영화는 사람의 관계에서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는다는 그의 통찰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2. 시놉시스
고향으로 돌아온 주인공 혜원은 오랜 친구인 재하와 은숙을 만난다. 자신의 삶을 살아보겠다고 결심하고 돌아온 재하와 보다 새롭고 재밌는 삶을 원하는 은숙에게 혜원의 컴백은 동질감 그 이상의 연대감을 느낀다. 직접 키운 농작물로 식사를 챙기며 사계절을 맞이하는 주인공. 한 해를 열심히 마음가는대로, 몸이 시키는대로 움직이고나니 고향으로 돌아온 진짜 이유를 스스로 깨닫게 되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한 나만의 시도를 한다.
3. 영화의 명장면
오롯이 주인공이 성장하고 힐링하는 영화인데 나는 명장면을 꼽자면 엄마와의 장면을 말하고 싶다. 주인공 혜원의 엄마 역으로 배우 문소리가 출연한다. 사실 혜원이 말하는 고향은 혜원의 엄마가 남편이 아프자, 그러니까 혜원의 아빠가 아프자 요양을 위해 남편의 고향으로 온 것이다. 혜원이 살면서 힘들 때면 여기에 와서 잠시 쉬어가길 바라는 마음에 남편이 떠난 후에도 시골에 계속 남아있었다. 혜원이 수능을 보고나자 엄마는 편지하나 남기고 홀연히 떠났는데 아마 엄마는 '이제 다 되었다'라고 생각한것 같다. 당시에 혜원은 엄마의 이런 행동과 편지 내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혼자 다시 이 공간에서 지내면서 차차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모두 그런 경험이 있을 것 같다. 그땐 몰랐던 엄마의 마음. 늘 딸들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곱씹는다. '엄마도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엄마가 그래서 그렇구나'. 엄청 신파로 갈 건 아니지만 엄마 문소리가 나오는 장면이 내게는 임팩트가 있었다. 잔잔한 영화에 찡하고, 윽하게하는 부분을 남겼다. 중반부에 발신자없이 혜원에게 또다른 편지가 배달되는데 내용은 혜원이 성인이 되면 알려주겠다던 감자빵 레시피다. 나도 이런 엄마가 되면 좋겠다.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엄마인지 설명하기엔 아직 역부족인 것이 함정.
4. 기억에 남는 대사
모두의 마음을 때린, 사직서를 전자결재 임시저장하게 하는 재하 역의 류준열 대사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이 돼?"
"다른 사람이 결정하는 삶을 살고싶지 않아서."
"그래도 난 농사가 좋아. 거짓, 편법, 속임수가 없거든."
'리틀 포레스트에 나오는 엄마'가 확실한, 일본 느낌이 낭낭한 엄마 역의 문소리 대사
" 혜원이가 힘들 때마다 이 곳의 흙 냄새와 바람과 햇볕을 기억한다면 언제든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걸 엄마는 믿어"
5. 총평
누군가에겐 너무 간단하고 수월한 일이 유독 나에게 가혹할 때가 있다. 내가 고시를 보는 것도 아닌데 작은 기능시험 조차 쉽게 통과하지 못하고, 연애도 취업도 뜻대로 안되는 자기자신만의 암흑기에 일상을 잠시 멈추고 떠난다는 설정은 누가봐도 매력적이다. 이 영화를 본 친구가 말했다. "나는 돌아갈 고향도 없어". 그래서 우리는 '마음의 고향'을 찾기로, 아니 정하기로 했고 각자의 마음의 고향에서 새로운 일을 도모하리라 다짐했다. 힘들면 종종 생각나는 곳, 내가 온전히 고른 숨을 쉬고 근사한 자연만 만나는 곳. 가슴 한켠에 그런 고향하나를 갖게되면 종이맛이 나는 뻣뻣하고 빽빽한 하루도 꽤 괜찮게 넘어갈 수 있다. 나도 언제든 고향으로 도망치면 되지! 하는 마음이 있으니까 :-)
6. 기타 작고 소소하고 그저그런 이야기
영화의 잔잔한 흥행에 촬영장소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촬영은 경상북도 의성군, 군위군에서 이뤄졌다고한다. 그리고 작품에는 치즈, 가다랑어포, 계란 등이 나오긴 하지만 대부분 비건식이라고 할법한 메뉴들이었다. 에코바람이 부는 때에 청년들에게 이 영상은 수많은 원데이 쿠킹클래스를 만들게 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일본판과 다른 아쉬운점이 있다고 한다. 일본판에서는 키우던 오리를 잡아먹는 씬이 있는데 '생명을 먹는 다는 것의 무게감'을 비중있게 다뤘으나 한국판은 마냥 예쁜 영상, 힐링영상에 그쳤다는 평도 있다. 그리고 정말 진지하게 이 영화를 보고 귀농을 고민하는 청년들이 많아지면서 실제로 시골은 빈약할 일자리와 폐쇄사회 등의 단점들로 연고지 없는 귀향은 상당히 어렵다고, 환상으로 가면 안된다는 글들이 꽤나 많이 등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