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미스 리틀 선샤인, 반짝반짝 햇살 닮은 영화

nowisnow 2022. 9. 9. 00:32
반응형

EVERYBODY PRETEND TO BE NORMAL.

 

1. 영화를 만나게 된 계기

한창 제주도를 혼자 훌쩍 떠날 때가 있었다. 3월 말 언젠가는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떠나야지! 하는 마음이 들어 퇴근 후 훌쩍 아침비행기로 다녀오기도 했다. 그땐 혼자 운전은 했지만 잠까지 혼자자는 것은 용기가 안나 게스트 하우스를 많이 다녔다. 제주도를 몇번 가다보니 바닷가 보다는 제주 섬 가운데에 있는 조용한 곳을 찾았고, 한 숙소에서 만난 영화가 바로 미스 리틀 선샤인 이다. 저녁시간에 거실에 틀어준 영화를 무심코 보기 시작했는데 "아, 내가 여행와서 이 영화를 만난건 진짜 행운이야"라고 말했다. 침대에 누워서도 그 행복함에 벅차오른 마음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2. 영화 줄거리

외국에서 이 영화 타이틀은 <EVERYBODY PRETEND TO BE NORMAL> 이다. '모두가  평범한 척 한다.'라니. 영화를 보면 그도 그럴 것이 하나도 평범하지 않은 사람 하나하나가 모여 가족을 이루고 있다. 괴짜가족이라고 불린다. 남편은 대학강사이자 자신이 정립한 이론을 팔려고하지만 성공적이지 못하고, 아내는 이런 남편을 경멸하면서 2주째 같은 메뉴로 저녁을 내어 할아버지의 화를 산다. 할아버지는 헤로인 복용, 미성년 손자에게 섹스가 무조건 중요하다고 가르치고, 조종사가 될 때까지 가족과 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아들은 수개월째 노트에 글로 의사표현을 한다. 반짝거리는 주인공 중에 주인공 7살짜리 막내는 유난히 미인대회에 집착한다. 그러던 어느 날,어린이 미인 대회인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 출전 기회가 찾아온다. 막내 소원을 위해 온 가족이 고물 버스를 타고 무모한 여행 길에 오르며 벌어지는 비밀, 갈등, 휴머니즘 넘치는 이야기이다. 누가봐도 엉망진창인 가족에게 계속 일이 꼬이는 과정에서 눈을 질끈 감기도 했다. 도대체 어디까지 가려나 싶어서 말이다. 미인대회 가는 중인데 딸을 놓고 출발하기도하고, 조종사 꿈을 키우던 아들은 자신이 색맹인걸 알게 되고, 희미한 조력자였던 할아버지도 죽음을 맞이한다. 이 정도면 다 포기할법도 한데 가족들은 이때 할아버지를 떠올린다. 대회 끝까지 가보기로 힘을 모았지만 계속 시련이 닥친다. 미인대회에 출전한 막내는 누구보다 평범했고, 심지어 그녀의 장기자랑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정도였다. 대회 관계자는 무대를 중단시키려고 하는데 여기서 이 영화의 가장 명장면이 탄생한다. 아무도 호응하지 않던 무대에서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딸을 보며 '세상의 기준에 나를 맞추기보다 나를 세상에 보여주'는 모습에 가족들은 무대로 뛰어 나간다. 그리고 함께 최선을 다해 춤을 춘다. 무아지경의 움직임과 자유의 얼굴을 한 가족은 그렇게 하나가 된다. 음악이 끝나자 머쓱한 상황이 되었지만 그들의 온 몸에서 평온함이 넘쳤다.  

3. 기억에 남는 대사

요상한 할아버지로 계속 나오다가 대회 전날 막내(손녀)가 예쁘냐고 물으니 "넌 세상에서 제일 예쁜 소녀란다. 너의 총명함이나 성격 때문이 아니라 예뻐서 널 사랑하는 걸. 내면과 외면 모두 다."라고 답한다. 사업에 또 실패한 남편에게는 "결과가 어떻든 네 힘으로 노력했다는 게 중요해. 노력조차 안하는 사람이 허다하니까, 날 포함해서. 넌 도전했고, 도전에는 용기가 필요해. 네가 자랑스럽다."라고 다독인다. 누구나 듣고 싶은 다정한 위로에 그동안 할아버지가 갈때까지 간 괴짜 할아버지로만 생각한 게 죄송할 따름이었다. 그 세상 풍파 다 거친 그 마음 깊은 속에는 사랑이 있는 것이다. 본연의 진실된 사랑 말이다. 이 외에도 각자 캐릭터마다 명대사가 쏟아진다. 초반에 요상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하나하나가 사랑스러운 인간의 모습이다. 

4. 총평

누구나 지금의 모습으로 사는 데에는 이유가 있고, 과정이 있다. 마치 성선설을 믿는지 묻는 영화 같기도 했다. 개인별 사랑스러움이 한도초과다. 막내, 손녀 라는 표현으로 작성했지만 그녀의 이름은 '올리브'이다. 사실 영화를 보고 난 후 이 사랑스러움을 내게도 묻히고 싶어 영어 이름을 올리브로 바꿀까 상당한 고민을 하기도 했다. 최고의 결과를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의 자리에서 함께 목표를 달성해보려는 가족의 모습이 너무 예쁘다. 같이 힘낼 수 있는 힐링 영화라고 추천할만 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