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소개
2008년 개봉하고 2020년 재개봉까지한 줄리안 슈나벨 감독의 실화를 바탕으로한 영화이다. 유명 잡지 편집장으로 화려한 삶을 살던 주인공 장 도미니크 보비는 갑작스런 죄졸중으로 온몸이 마비되었다. 의식은 멀쩡한데 육체를 사용하지 못하는 병에 걸렸다. 이름은 '감금증후군(locked-in syndrome)이다. 신체 중 유일하게 왼쪽 눈꺼풀만 움직일 수 있게 된다. 그는 잠수종에 갇혔다고 자신을 설명했다. 점차 절망하며 삶에 대한 의지를 잃었다. 주변인의 지속적인 지지와 기다림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잠수종에 갇힌 보비는 자신의 지난 날을 다 흘려보내고 비로소 본연의 자신과 마주했다. 그리고 눈꺼풀을 이용해 새로운 세상을 그려낸다. 자유의지가 가능한 단 한 부위인 그 왼쪽 눈꺼풀로 하나하나 스펠링을 선택하고 대화하기 시작한 그는 책을 쓰게 된다. 병에 걸린지 15개월 뒤 사망할 때까지 그의 절망, 좌절, 분노, 애정 등 모든 감정이 담긴 글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책이 발간되고 10일 후 그는 잠수종을 벗는다.
2. 이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
프랑스영화는 자주 보지 못한다. 조금 늘어지는 전개, 언어에 대한 장벽으로 끝까지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본 건 아마 한창 독립영화관을 이용하던 당시 개봉한 영화이고, 프랑스 영화도 척척 보는 나의 모습을 만들고자 선택했을 것이다. 의지와는 다르게 끝까지 볼 수 없었다. 너무 졸렸다. 잠시 자고 일어나도 영화가 계속 상영중이었다. 그때 나도 삶에 지쳤던걸까. 자유를 잃은 몸과 그 몸에 갇힌 영혼을 마주하는 것이 내내 답답했다. 보비가 끝내 이겨낼 때도 내내 의심했다. '나였으면 죽고 말았을텐데 말도 안된다. 저렇게 눈꺼풀로 소통해서 무슨 의미야'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마지막 부분에 내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물속에 갇혀 잠수종에 함께 탑승하고 있던 나는 다시 육지로 올라왔다. 보비 덕분이다. 당시에 나는 미술작가 프리다칼로를 무척 사랑했다. 그 또한 정신이 온 몸에 갇혀 있었다. 전시에 갔더니 그가 남겼다는 이런말이 있었다. "두 다리가 없으면 어때. 내게는 그림으로 하늘을 날 수 있는데." 놀랍도록 닮았다. 보비도 영화에서 곱씹는다. "왼쪽 눈 말고도 내게 아직 멀쩡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상상력이고 하나는 기억이다."라고. 그리고 호스로 삽입되는 식사시간에 지긋이 눈을 감는다. "오늘은 특별한 식사를 해야겠어. 그래, 그 레스토랑이 좋겠군." 영혼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게 되는 부분이다.
3. 진짜 진짜 명장면
몸에 완전히 갇혀버린 보비가 휠체어를 타고 바깥공기를 마시러 나온다. 그때 나비가 날아온다.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나비의 유영은 보비와 대비된다. 이 장면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다. 초반에 절망감을 표현하는 연출로 빙하가 무너져 내린다. 처참하게 산산조각 나면서 침수되는 빙하가 영화 끝자락에는 다시 켜켜히 쌓여 올라간다. 그는 이제 나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4. 총평
주인공 보비는 자기 멋진 맛에 살던 사람이다. 가장 좋은 음식, 패션, 공간에서 그를 존경하는 사람들에 둘러쌓여 생에 최고의 즐거움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가 자신의 몸에 갇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알게된다. 유명한 편집장의 자리에 있었을 때 늘 찾아오던 사람들은 점차 멀어지고, 아내보다는 애인을 떠올리는 자신을 마주하기도 하고,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재활치료사 덕분에 눈으로 자유를 찾기도 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 보비 아버지는 병실에 있는 그에게 전화를 걸어 끝내 울어버린다. 그는 순간 무너져 내린다. "92세 노인에게 4층은 너무 가혹해.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 나는 아파트에 갇혔고, 너는 네 몸에 갇혔구나"라고 슬피운다. 나는 이 영화에 감정이 엄청 휘둘렸다. 보비가 물에 빠져 잠식되는 영상에는 나도 숨을 쉴 수 없었고, 그가 눈꺼풀을 움직여 글자를 적어내려가기 시작했을때 짜릿했다. 영화가 으레 그렇듯이 장애를 극복하고 멋지게 살아가는 모습이 아니라 가장 진실된 인간의 면모를 직시하게 해주는 점에서 소중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