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룩과의 여정(feat. 장건강)

누룩이 뭐지? 코지(Koji)의 모든 것-과학으로 파헤치는 입문편

nowisnow 2026. 4. 6. 00:50

된장, 간장, 막걸리, 사케, 미림, 식초이것들의 공통점이 뭔지 아세요? 바로 '누룩'이 없으면 하나도 못 만든다는 거예요. 그런데 정작 누룩이 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오늘은 처음 들어도 바로 이해할 수 있게, 그리고 과학적으로 왜 이게 대단한 건지까지 한 번에 풀어드릴게요.

 

누룩, 한마디로 뭔가요?

누룩은 곡물(주로 쌀, , 보리)에 곰팡이균을 키운 것입니다. 정확히는 아스페르길루스(Aspergillus)() 곰팡이를 곡물 위에서 자라게 한 건데요. 이 곰팡이가 자라면서 강력한 소화 효소들을 대량 분비합니다. 그 효소들이 재료 속 전분과 단백질을 분해해서 우리가 '맛있다'고 느끼는 당분과 아미노산을 만들어내는 거예요.

 

글로벌에서는 이걸 '코지(Koji)'라고 부릅니다. 일본어 '(こうじ)'에서 온 말인데, 요즘은 뉴욕, 파리, 코펜하겐의 미슐랭 레스토랑 셰프들도 코지를 적극 활용할 만큼 세계적인 식재료로 자리 잡았습니다.

 

누룩의 역사 삼국시대부터 시작됐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누룩에 관한 첫 기록은 고려시대 문헌 고려도경(高麗圖經)에 등장하지만, 삼국사기삼국유사에 술에 대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삼국시대 이전부터 누룩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구체적인 제조법은 조선시대 문헌인 사시찬요초(四時纂要抄)규곤시의방(閨壼是議方)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요.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발효 기술인 셈이죠.

 

누룩이 만들어내는 4가지 핵심 효소

누룩의 가장 큰 역할은 효소 생산입니다. 이효형 등(2009)이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누룩의 α-아밀라아제 활성은 발효 초기 1,416.67 U/g에서 발효 15일 후 2,833.00 U/g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하고, 프로테아제(단백질 분해효소) 활성은 발효 10일 이후 급격히 증가하여 15일에는 산성·중성 프로테아제가 각각 327 U/g, 354 U/g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아밀라아제(Amylase):전분 → 포도당·맥아당으로 분해. 발효의 출발점이자 단맛의 근원.
  • 프로테아제(Protease):단백질 → 아미노산으로 분해. 감칠맛의 핵심 성분인 글루탐산을 생성.
  • 리파아제(Lipase):지방 분해. 깊고 복잡한 풍미를 더함.
  • 셀룰라아제(Cellulase):식물 세포벽 분해. 소화 흡수 효율을 높임.

이 효소들은 단순히 맛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누룩 발효가 진행될수록 밀 단백질의 항원성(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현저히 감소한다는 것도 같은 연구에서 확인됐어요. 발효 15일 후 밀 민감성 환자의 혈청과 반응하는 단백질 밴드가 거의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코지 균의 학명과 안전성

누룩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균은 아스페르길루스 오리재(Aspergillus oryzae)입니다. 이 균은 수천 년간 인류와 함께해온 '안전한 곰팡이', 독소를 생성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히 중요합니다. 독소를 만드는 아스페르길루스 플라부스(A. flavus)와 구분되며, 미국 FDAA. oryzae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되는 물질)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한국 누룩 vs 일본 코지 핵심 차이

한국 전통 누룩은 자연에 존재하는 다양한 균이 함께 자라는 '복합 발효체'입니다. 반면 일본 코지는 A. oryzae 단일 균주를 엄격하게 관리해서 배양합니다. 소믈리에타임즈 컬럼니스트이자 고려대 농화학과 출신 발효화학 전문가 김준철에 따르면, 한국 누룩은 당화와 알코올 발효를 동시에 수행하는 반면 일본 코지는 당화만 담당하고 알코올 발효는 별도의 효모가 맡습니다. 이 차이가 막걸리와 사케의 맛 차이를 만들어내는 근본 원인입니다.

 

누룩이 만들어내는 발효의 다양성

같은 누룩균이 조건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을 만든다는 게 신기하지 않나요? 온도를 높이면 효소 활성이 강화되고, 수분이 많으면 알코올 발효가 활발해지고, 소금을 넣으면 장류가 됩니다. 이 유연성이 된장, 간장, 막걸리, 사케, 미소, 미림, 식초를 모두 동일한 출발점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이유예요.

 

오늘의 핵심 요약

누룩 = 곡물 + 아스페르길루스 곰팡이균 + 강력한 효소 시스템. 수천 년간 한국·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발효 문화의 근간이 된 마법의 재료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한국 누룩과 일본 코지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다르게 발전해왔는지 더 깊이 파고들겠습니다.

 

 

참고문헌: 이효형 외, 전통 누룩 발효과정 중 품질 및 항원성 변화,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 2009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누룩' 항목 / 김준철, 누룩과 코지(Koji)의 차이, 소믈리에타임즈,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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